'침대=과학' 파격적 프레임으로 국내 1위 침대회사 됐다

입력 2022-09-19 16:18   수정 2022-09-19 16:19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40대 이상 소비자에게 유명한 광고 카피 중 하나다. 에이스침대는 이 카피 하나로 소비자에게 고품질 브랜드로 각인됐다. 마케팅 이론 관점에서는 ‘프레이밍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카피는 침대를 ‘저관여에서 고관여 제품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에이스침대 사례를 소개했다. 국내 1위 침대회사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매출 3464억원을 올렸다. 국내 침대회사가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선 첫 사례다.
○‘침대=과학’이라는 프레임 제시
프레이밍 효과는 어떤 ‘심리적 창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침대=가구’라는 시각으로 침대를 바라보면 일반적인 가구를 선택할 때 고려하는 속성을 종합적으로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침대=과학’이라는 시각으로 침대를 바라보면 침대의 기능적 품질, 효용적 가치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처럼 품질과 효용적 가치를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은 침대라는 제품군의 특성에도 적합하다. 마케팅에서는 (1)필수품이냐, 혹은 사치품이냐 (2)공공 장소에서 사용되느냐, 혹은 개인 공간에서 사용되느냐에 따라 제품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공공적 장소에서 사용되는 사치품’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게 된다. 보통 이런 제품군은 브랜드 이미지, 상징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시된다.

하지만 침대와 같이 ‘개인적 공간에서 사용되는 필수품’은 일반적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제품의 기능과 품질에 더 집중하게 된다.

에이스침대는 이 부분을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했다. ‘침대=과학’이라는 프레임을 제시했고, 오랜 기간 ‘품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꾸준히 해왔다. 이것이 효과적으로 전달돼 현재까지 품질 높은 침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다양한 매트리스 렌털 업체들이 ‘침대도 빌려 쓰세요’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에이스침대가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 성공했던 것처럼,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프레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최근 MZ세대는 품질 못지않게 브랜드 이미지, 가심비, 가치 소비 등을 중요시한다”며 “에이스침대와 같은 장수 브랜드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브랜드 재활성화’를 더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침대를 ‘저관여에서 고관여 제품으로’
에이스침대는 1963년 서울 금호동에서 에이스침대공업사로 시작했다. 1970년대 초 서울 반포에 민영아파트가 들어서고 중산층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침대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침대산업이 형성됐다.

에이스침대는 1980년대 미국 씰리침대와 기술 제휴를 맺어 본격적으로 도약했다. 이후 자체 기술력과 유통망을 확보해 씰리와의 제휴를 끊었다.

1990년대 초 가구업계에 불황이 닥치면서 에이스침대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당시 10대 종합가구업체와 군소업체가 침대 시장에 뛰어들면서 에이스침대는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 그래서 자사 침대를 10대 가구업체와 차별화하고, 저관여 제품에서 고관여 제품으로 바꿀 방법을 고민했다.

관련 이론에 따르면 저관여에서는 행동적 학습이, 고관여에서는 인지적 학습이 필요하다. 에이스침대는 자사 침대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저관여에서 고관여로 변화시키기 위해 인지적 학습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인드를 강력하게 바꿔줄 광고 카피를 만들기로 했다.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침대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침대는 가구 고르듯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침대를 가구에 맞춰 선택해서는 안 된다→침대와 가구는 다르다→침대는 침대, 가구는 가구→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흐름이 나타났다.

마지막 문구를 광고에 사용하기로 하고, 침대가 가구가 아니라는 근거로 인체공학, 수면 공학에 의해 생산되는 과학적 제품이 곧 침대라는 뜻을 담아 ‘침대는 과학입니다’를 덧붙이기로 했다. 이렇게 탄생한 광고 카피는 에이스침대가 오랫동안 침대 1위를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에 더해 품질 향상을 위한 에이스침대의 노력은 ‘에이스침대라면 믿고 구매할 만한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인식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광고와 실제 모습이 다르다면 소비자 신뢰는 요원한 일이다. 에이스침대는 광고 카피에 걸맞은 연구 투자로 광고와 같은 과학적인 잠자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에이스침대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또 하나의 고객인 대리점주에 대한 다양한 배려”라며 “나 혼자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모두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경영철학으로 삼는 기업이야말로 충분히 성장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다.

에이스침대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리점들이 어려움을 겪자 직접 지원에 나섰다. 영업 피해가 큰 대구·경북 지역 34개 대리점을 포함해 전국 매장에 피해 규모와 매장 운영 형태에 따라 임대료 및 직원 인건비 일부를 두 차례에 걸쳐 총 20억원 지원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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